오후 한두 시쯤 집중이 무너진다. 화면은 보고 있는데 글자가 안 들어오고, 회의에서 눈이 감긴다. 커피를 한 잔 더 마시면 잠깐 괜찮아지고 다시 돌아온다.

low angle photo of city high rise buildings during daytime
Photo by Sean Pollock on Unsplash

이건 의지가 약한 게 아니다. 두 가지가 겹쳐서 생기는 현상이고, 구조를 알면 손댈 지점이 보인다.

원래 오후에 한 번 처진다

사람의 각성도는 하루 동안 일정하지 않다. 아침에 올라가고, 오후 초반에 한 번 내려가고, 저녁에 다시 올라간 뒤 밤에 떨어진다.

이 오후의 저점은 점심을 먹지 않아도 온다. 즉 점심이 원인의 전부가 아니라, 원래 내려가는 구간에 식사가 얹히는 것이다.

이걸 알면 기대치가 달라진다. 오후 초반을 아침과 같은 집중력으로 쓰려는 계획 자체가 무리다. 그 시간에는 난이도가 낮은 일을 배치하는 게 현실적이다.

식사가 졸음을 더하는 부분

식사 후에는 소화에 혈류가 쓰이고, 식사량이 많을수록 그 부담이 커진다. 그래서 같은 시간이라도 가볍게 먹은 날과 배부르게 먹은 날의 오후가 다르다.

탄수화물 비중이 높은 식사 뒤에 더 처지는 경험도 흔하다. 혈당이 빠르게 올랐다 내려가는 패턴이 졸음과 같이 오는데, 개인차가 크다. 특정 수치를 일반화하기보다 내 경우 어떤 메뉴 뒤에 더 처지는지를 며칠 관찰하는 게 정확하다.

커피를 늘리기 전에 바꿀 것

양을 줄인다. 가장 효과가 확실하다. 배부르게 먹은 날과 적당히 먹은 날의 오후를 비교해 보면 본인이 바로 안다. 점심을 줄이고 오후에 간단히 보충하는 방식도 된다.

구성을 바꾼다. 밥이나 면 위주에서 단백질과 채소 비중을 올려본다. 같은 칼로리라도 구성에 따라 오후 체감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점심 후 10분 걷는다. 바로 책상에 앉는 것보다 잠깐 움직이는 편이 낫다. 빛을 보는 것도 각성에 도움이 된다. 건물 밖으로 나가면 두 가지를 동시에 한다.

오후 일정을 바꾼다. 집중이 필요한 일을 오전으로 옮기고, 오후 초반에는 회신·정리·단순 작업을 둔다. 몸의 리듬과 싸우지 않고 맞추는 방식이다.

카페인을 쓰는 방법

커피를 끊으라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타이밍이 중요하다.

카페인은 몸에서 빠져나가는 데 시간이 걸린다. 오후 늦게 마시면 밤 수면의 질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잠을 못 자면 다음 날 오후가 더 힘들어진다. 이 고리가 돌기 시작하면 커피 양이 계속 늘어난다.

오후 이른 시간까지로 제한하고, 졸릴 때마다 추가하는 대신 정해진 시간에 마시는 쪽이 낫다.

짧은 낮잠

가능한 환경이면 10~20분 정도의 짧은 낮잠이 오후 각성에 도움이 된다. 길게 자면 오히려 깨고 나서 더 멍하고 밤잠에도 영향을 준다.

알람을 걸고 짧게 끊는 게 핵심이다.

언제 진료를 받아야 하나

식사나 일정을 조정해도 낮 졸음이 심하게 계속되거나, 밤에 충분히 잤는데도 낮에 졸리거나, 코골이가 심하고 자다 숨이 막히는 느낌이 있으면 진료가 필요하다. 여기 정리한 건 일상적인 오후 졸음에 관한 일반적인 이야기지 진단이 아니다.

대부분의 식후 졸음은 원래 내려가는 시간대에 식사량이 얹힌 결과다. 양과 구성, 점심 후 10분, 그리고 오후 일정 배치. 커피를 늘리기 전에 이 네 가지를 먼저 손대는 게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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