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오리어리의 조언은 단순하다. 월급이든 부업이든 명절에 받은 돈이든, 들어오는 돈의 15%를 떼서 시장에 넣고 그대로 두라는 것이다. 그는 연 6만 8천 달러를 버는 평범한 사람도 이 규칙만 지키면 은퇴할 때 백만장자가 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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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를 직접 따라가 보면 이 주장이 어디서 나오는지, 그리고 어디에 조건이 붙어 있는지가 보인다.

계산을 그대로 따라가면

연 6만 8천 달러의 15%는 약 1만 200달러다. 월로 나누면 850달러 정도다. 25세부터 65세까지 40년간 이 금액을 꾸준히 넣는다고 하자.

여기서 결과를 가르는 건 수익률 가정이다. 미국 S&P 500의 장기 평균에 해당하는 연 10%를 적용하면 40년 뒤 약 530만 달러가 된다. 조금 더 보수적으로 연 7%를 적용하면 약 220만 달러다.

두 숫자의 차이가 300만 달러가 넘는다. 같은 금액을 같은 기간 넣었는데도 그렇다. 복리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수익률 가정에 극도로 민감해진다. 이 규칙을 소개하는 글에서 보통 가장 큰 숫자만 인용되는데, 실제로 중요한 건 그 숫자에 붙은 가정이다.

한국에서 이 규칙을 적용할 때

금액을 원화로 바꾸는 것보다 구조를 옮기는 게 낫다. 핵심은 두 가지다. 소득의 일정 비율을 자동으로 떼는 것, 그리고 오래 두는 것.

비율을 먼저 정하는 이유는 남는 돈으로 저축하면 남는 돈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월급이 들어온 날 15%가 자동이체로 빠져나가면 나머지 85%로 생활하게 된다. 순서만 바꿨을 뿐인데 결과가 달라지는 건 이 때문이다.

세제 혜택이 있는 계좌를 먼저 채우는 것도 실질 수익률을 높이는 방법이다. 연금저축과 IRP는 납입액에 대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고, 그만큼이 그해 실질 수익으로 잡힌다. 다만 중도 인출에 제약이 있으니 비상금과는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

규칙이 성립하려면 필요한 것

이 규칙의 진짜 난이도는 15%라는 비율이 아니라 40년이라는 기간에 있다. 계산은 한 번도 중단하지 않고 넣는 것을 전제한다.

현실에서는 이 전제가 자주 깨진다. 시장이 크게 빠졌을 때 불안해서 멈추거나, 목돈이 필요할 때 깨거나, 몇 달 건너뛰다가 그대로 흐지부지된다. 40년 중 하락장은 반드시 여러 번 온다. 그때 계속 넣을 수 있느냐가 결과를 만든다.

그래서 비상금이 먼저다. 6개월치 생활비가 따로 있어야 시장이 빠졌을 때 투자금을 건드리지 않을 수 있다. 비상금 없이 시작한 적립식 투자는 첫 번째 큰 지출에서 멈춘다.

15%가 지금 어렵다면

15%가 부담이면 비율을 낮춰서 시작하는 편이 아예 시작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 5%로 시작해서 소득이 오를 때마다 비율을 올리는 방식도 작동한다.

중요한 건 자동화다. 의지로 매달 결정하는 방식은 결정을 미루게 되고, 미루는 달이 쌓인다. 한 번 설정해두고 잊는 구조가 40년을 버티게 해준다.

정리하면

오리어리의 규칙은 마법이 아니라 산수다. 일정 비율을 오래 넣으면 복리가 일을 한다는 것, 그게 전부다.

다만 결과로 인용되는 큰 숫자에는 연 10%라는 수익률 가정과 40년 무중단이라는 조건이 붙어 있다. 그 조건을 알고 시작하는 것과 모르고 시작하는 것은 다르다. 수익률은 통제할 수 없지만 비율과 지속 여부는 통제할 수 있다. 통제 가능한 쪽에 집중하는 게 이 규칙의 실제 쓸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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