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시대가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다. 금리가 오를 때 '곧 내려가겠지'라고 기다렸던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 내려가는 속도가 느리고, 내려가도 예전 저금리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는 구간이 이어지고 있다. 이 환경에서 돈을 어떻게 나눠야 할지 헷갈리는 사람이 많다. 현금으로 들고 있어야 하나, 예금에 넣어야 하나, 아니면 투자해야 하나. 정답은 셋 중 하나가 아니라, 적절한 비율로 셋 모두다. 이 글은 금리 환경이 어떻게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배분 원칙 5가지를 정리한다.

Hand reaching towards floating percentage symbols
Photo by Sasun Bughdaryan on Unsplash

왜 고금리는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는가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는 이유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다. 문제는 인플레이션이 한 번 높아지면 내려오는 속도가 느리다는 것이다. 임금이 오르면 서비스 물가가 오르고, 서비스 물가가 오르면 전체 소비자 물가가 오른다. 이 순환이 완전히 끊기지 않는 한 중앙은행은 금리를 높게 유지하는 것 외에 선택지가 많지 않다.

역사적으로 금리 인하 사이클은 경기 침체나 금융 시스템 충격이 없을 때 예상보다 훨씬 느리게 왔다. 지금도 비슷한 패턴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중요한 건 '언제 금리가 내려가냐'를 맞히는 게 아니다. 높은 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작동하고, 금리가 내려가도 흔들리지 않는 배분 구조를 미리 만드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원칙 1 — 비상금 3~6개월치부터 채운다

모든 자산 배분 논의는 비상금이 준비된 상태에서 시작해야 한다. 비상금은 3~6개월치 생활비다. 실직, 갑작스러운 의료비, 급한 수리비 등 예측 불가한 지출을 감당하는 버퍼다. 이 돈은 투자하면 안 된다. 주식이나 채권은 내가 돈이 필요한 시점에 하락해 있을 수 있고, 그 시점에 손해를 감수하고 팔아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비상금은 수익을 내는 돈이 아니라, 침착함을 유지하게 해주는 돈이다. 고금리 시대에는 수시입출금 계좌나 파킹통장에 넣어둔 비상금도 어느 정도 이자를 받을 수 있다. 그것은 부수적인 이점이다. 핵심은 이 돈이 없으면 투자 포트폴리오가 흔들릴 때 불안감에 잘못된 결정을 내리게 된다는 것이다. 비상금부터 확인한다. 부족하면 채우는 것이 첫 번째다.

원칙 2 — 단기 목적 자금은 예금에 넣는다

1~3년 안에 사용 계획이 있는 돈은 예금에 둔다. 전세 보증금, 결혼 자금, 자동차 구입비, 계획된 해외 이주 자금 같은 것들이다. 고금리 시대에 정기예금이나 고금리 파킹통장은 리스크 없이 확실한 이자를 제공한다. 반면 같은 돈을 주식에 넣으면 1~2년 안에 가격이 크게 하락할 수 있다.

단기 목적 자금의 핵심은 수익이 아니라 원금 보전이다. 예금 금리가 높은 시점에는 단기 자금을 예금에 두는 선택이 과거 저금리 시대보다 훨씬 합리적이다. 만기를 나눠서 예금을 분산하는 방식, 이른바 '예금 사다리'를 쓰면 유동성도 확보하면서 금리를 챙길 수 있다. 돈이 필요한 시점과 예금 만기를 맞추면 된다.

원칙 3 — 2~3년 안에 쓸 돈은 투자하지 않는다

'2~3년 안에 써야 하는 돈은 투자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고금리 시대든 저금리 시대든 변하지 않는다. 주식 시장은 단기적으로 30~40% 하락할 수 있다. 2~3년이라는 기간은 시장이 그 수준의 하락을 회복하기에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40% 하락은 67% 반등이 있어야 겨우 원금이다. 그 반등이 2~3년 안에 온다는 보장은 없다.

고금리 환경에서는 이 원칙이 더 쉽게 지켜진다. 예금으로도 의미 있는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저금리 시대에는 예금 금리가 너무 낮아서 수익을 좇다가 단기 자금을 주식 계좌에 넣는 실수를 많이 했다. 지금은 그 유혹이 훨씬 덜하다. 유혹이 덜할 때 원칙을 지키기 쉬운 구조를 만들어두면 된다.

원칙 4 — 장기 자금은 투자가 현금을 이긴다

5년 이상 사용 계획이 없는 돈은 투자한다. 고금리 시대에 예금 금리가 매력적으로 보여도, 장기적으로는 분산된 주식 포트폴리오의 수익이 현금 보유보다 높은 경향이 있다. 인플레이션이 현금의 구매력을 지속적으로 갉아먹기 때문이다. 지금 금리가 높다고 해서 장기 자금을 전부 예금에 넣는 것은 좋지 않다. 그 금리는 언젠가 내려가고, 재투자할 때 더 낮은 금리를 받게 되는 재투자 리스크가 생긴다.

장기 자금은 변동성을 견딜 수 있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투자 자산의 장기 복리가 작동할 공간이 있다. 단기 하락은 장기 투자자에게 큰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그 하락 시점에 팔아야 하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비상금과 목적 자금을 따로 분리해두면, 장기 자금은 하락 때도 가만히 두는 것이 가능해진다. 배분 원칙이 서로 맞물리는 지점이 여기다.

원칙 5 — 단순한 3개의 버킷으로 시작한다

복잡한 계산보다 단순한 원칙이 오래 지속된다. 돈을 성격별로 3개의 버킷으로 나눈다. 첫 번째 버킷은 비상금이다. 3~6개월치 생활비를 즉시 인출 가능한 계좌에 넣어둔다. 두 번째 버킷은 단기·목적 자금이다. 1~3년 안에 쓸 돈을 만기별로 예금에 배분한다. 세 번째 버킷은 장기 투자 자금이다. 그 이상의 여유 자금을 분산된 자산에 투자한다.

두 번째와 세 번째 버킷의 경계는 대략 2~3년이다. 이 숫자가 마법 같은 기준은 아니다. 주식 시장이 심각한 하락을 흡수하고 회복을 시작하기까지 일반적으로 필요한 최소 기간을 반영한 것이다. 한 번에 다 바꿀 필요는 없다. 비상금부터 확인하고, 목적 자금을 분리한 다음, 나머지를 투자로 이동하는 순서로 진행하면 된다.

금리는 오르고 내린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건 내 돈이 언제 필요한지에 따라 적절한 곳에 배분되어 있는지다. 그 구조가 잡혀 있으면, 금리가 어떻게 움직여도 당황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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